네이버의 제2사옥이자, 회사가 스스로 '거대한 테스트베드'라고 부르는 건물이다. 자율주행 로봇이 커피를 배달하고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돌며, 출입은 사원증 대신 얼굴 인식으로 이뤄진다. 흔히 '판교의 네이버'로 불리지만 실제 주소는 판교가 아니라 분당구 정자동이다. 한국 산업의 현장을 보러 갈 때 공장이 아닌 곳을 고른다면 가장 먼저 꼽히는 건물이다.
📊 제원
로봇마다 두뇌를 넣는 대신 클라우드가 대신 생각하고, 그 판단을 특화망이 실어 나른다. 이 구조를 네이버는 브레인리스 로봇이라 부른다. 아래 세 층은 이 페이지 「핵심 기술」 항목을 구조로 다시 배열한 것이다.
📖 이야기
이름 '1784'는 두 가지를 겹쳐 놓은 것이다. 하나는 건물이 선 자리의 지번인 정자동 178-4번지, 다른 하나는 네이버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라고 설명하는 1784년이다. 증기기관이 공장을 바꾼 그 해의 이름을 사옥에 붙인 셈이니, 이 건물이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어 하는지가 이름에 다 들어 있다.
2018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1년 2월 준공했고, 2022년 4월 언론에 내부가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지상 28층에 높이는 135.1m, 연면적은 약 16만 5,000㎡로 약 5,000명이 일하는 규모다. 회사는 이 건물을 '테크 컨버전스 빌딩'이라 부르며, 인공지능·클라우드·5G·로봇·자율주행·디지털 트윈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실제로 굴려 보는 실험장으로 쓴다.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로봇과 사람이 같은 층을 쓰는 모습이다. 2층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자율주행 로봇 '루키'가 받아 임직원 자리까지 가져다주고, 그러려면 층을 옮겨야 하니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돈다. 로봇은 사람이 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사람은 로봇 때문에 길을 비켜 줄 일이 없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두 종류의 이용자를 함께 설계했다는 뜻이다.
⚙️ 핵심 기술
- ›루키 (ROOKIE)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으로 약 100대가 운영된다. 카페 음료·우편물·택배를 임직원 자리까지 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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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가 특별한 이유는 로봇 자체가 똑똑해서가 아니다. 판단은 건물 지하의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가 대신하고 로봇은 몸만 움직인다. 그래서 로봇 한 대의 값과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소프트웨어를 고치면 100대가 한꺼번에 똑똑해진다.
- ›로보포트로봇만 타는 전용 엘리베이터다.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순환하도록 만들어져 로봇이 층을 옮길 때 사람과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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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로봇을 나중에 들여놓는 것과, 로봇을 전제로 건물을 짓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엘리베이터 한 대를 로봇에게 내주는 결정은 설계 단계에서만 가능하다.
- ›아크 (ARC)AI·Robot·Cloud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으로, 수많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대신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이다. 로봇마다 두뇌를 넣지 않는다는 뜻에서 '브레인리스 로봇'이라 부른다.
- ›이음 5G특정 건물·기업 전용으로 쓰는 5G 특화망을 국내에서 처음 구축했다. 클라우드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려면 통신이 끊기거나 늦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필요한 기반이다.
- ›얼굴 인식과 디지털 트윈출입은 사원증 대신 얼굴 인식으로 이뤄지며, 마스크를 쓰고 2~3m 떨어져 있어도 알아본다. 건물 전체는 매핑 로봇이 훑어 만든 가상 복제본(디지털 트윈)으로도 존재해 로봇의 길 찾기에 쓰인다.
-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 (ARC eye)위성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 로봇이 자기 위치를 아는 방법이다. 로봇이 카메라로 본 장면을 건물의 3차원 복제본과 대조해, 지금 어느 지점에 서서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를 되짚어 낸다. 네이버랩스는 이 위치 담당을 'ARC eye', 임무와 경로 담당을 'ARC brain'으로 나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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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를 직접 재는 방식과는 발상이 다르다. 위성이나 지자기를 측정하는 대신 이미 알고 있는 장면과 눈앞의 장면을 맞춰 보는 것이라, 실내나 지하처럼 신호가 죽는 곳에서도 정밀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천 부평역 일대에서 진행한 공인시험에서 네이버랩스의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은 실내 0.18m, 실외 1.05m의 오차로 통과했다(2022년 3월). 대신 전제가 무겁다. 대상 공간을 미리 3차원으로 훑어 둬야 하고(네이버랩스는 이 제작 솔루션을 '어라이크(ALIKE)'라 부른다), 대조 연산은 로봇이 아니라 클라우드가 맡는다. 휴대폰의 위성 신호와 나침반만으로 방향을 잡는 흔한 위치 서비스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의 오차를 안고 사는 것과 갈리는 지점이 여기다.
🏭 한국 산업사 속 위치
한국에서 '산업 현장'을 보러 간다고 하면 오랫동안 그 대상은 공장이었다. 1960년대 구로의 봉제 공장, 1970년대 포항의 제철소와 울산의 조선소, 1980년대 이후의 반도체 공장이 차례로 그 자리를 맡았다. 1784는 그 목록의 다음 칸에 놓인 건물이다. 만드는 것이 물건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일 때, 산업 현장은 굴뚝이 아니라 사옥과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한다.
네이버 자체가 그 전환의 산물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기업 중심의 질서가 흔들린 뒤 벤처 창업 붐이 일었고, 삼성SDS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검색 서비스가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한 것이 그 흐름 안에 있었다. 제조업이 떠받치던 경제에 정보기술이 새 축으로 끼어드는 장면이며, 22년 뒤 그 회사가 로봇이 돌아다니는 사옥을 지었다는 사실이 그 축이 얼마나 굵어졌는지를 보여 준다.
건물이 선 자리도 그 이야기의 일부다. 성남 분당의 정자동과 이웃한 판교는 2000년대 이후 인터넷·게임·플랫폼 기업이 모여든 지역으로, 구로공단이나 울산공업단지가 맡았던 '산업 단지'의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받았다. 정자동에는 2010년 준공한 네이버의 첫 사옥 그린팩토리가 1784 바로 옆에 서 있어, 사옥 두 채가 나란히 그 10년의 변화를 보여 준다.
🎒 가기 전에 5분
볼 것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그렇게 움직이게 만든 구조다. 두뇌가 로봇 안이 아니라 건물의 클라우드에 있다는 문장 하나를 들고 들어가면, 저층부에서 스치는 몇 장면이 전부 하나로 이어진다. 아래는 초청 없이 저층 공용부까지 갔을 때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것만 골랐다.
- 지나가는 루키를 보는 사람들2층 카페 주변이 배달 로봇이 가장 자주 지나가는 자리다. 정작 볼 것은 로봇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다. 아무도 멈춰 서거나 쳐다보지 않는데, 로봇을 일상에 섞어 넣는 실험에서는 그 무관심이 성공의 지표다.
- 사람 엘리베이터 앞에 로봇이 없다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는 공용부에서 직접 보기 어렵다. 대신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로봇이 층을 옮기는데도 사람 엘리베이터 앞에 로봇이 줄 서 있지 않다면, 그건 로봇이 다른 통로로 다닌다는 뜻이다.
- 사원증 없이 열리는 게이트로비의 출입 게이트를 직원들이 카드나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통과한다. 얼굴 인식이 2~3m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도 사람을 알아본다. 건물 전체를 한 장면으로 요약하는 디테일이 이것이다.
- 1층에서 올려다보는 5층 높이 아트리움저층부가 1~5층까지 트여 있다. 개방감만 보고 지나치기 쉬운데, 로봇에게는 끊기지 않는 평평한 동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건축에 그대로 남은 결과이기도 하다. 설계 단계부터 로봇을 이용자로 계산했다는 말의 실물이다.
- 나란히 선 두 사옥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되는 관찰이다. 2010년 준공한 그린팩토리와 2021년 준공한 1784가 바로 옆에 서 있다. 초록 외벽의 첫 사옥과 테스트베드를 자처하는 두 번째 사옥, 그 10년의 간격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으로 바뀌었는지를 말해 준다.
- 로봇이 오면 비켜서는 쪽은 사람이다. 남의 점심을 나르는 중이고, 촬영하려고 앞을 막아서는 것이 이곳에서 가장 확실하게 민폐가 되는 행동이다.
- 촬영 규칙은 구역마다 다르다. 안내 표시를 먼저 확인하고, 직원과 업무 화면은 찍지 않는다.
- 로봇 배달은 임직원 대상 서비스다. 방문자가 커피를 주문해 로봇에게 받을 수는 없다. 보는 것과 서비스를 받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 로비는 관람 공간이 아니라 5,000명이 오가는 통행로다. 흐름 밖에 서고, 일행이 있으면 흩어지지 않는다.
- 막혀 있는 곳은 막혀 있는 것이다. 사기업 사옥이고,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답이다.
🧭 가볼 수 있나
🚶 방문 동선
- 1정자역 3번 출구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이 만나는 역이다. 여기서 그린팩토리와 1784까지 600m 안팎, 걸어서 10분 남짓 걸린다. 두 건물은 붙어 있고 가는 길은 분당 신도시의 평범한 업무지구 풍경이다.💡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20분 안팎이라 서울 일정과 반나절로 묶기 좋다.
- 2커넥트 라운지 (그린팩토리 1~2층)2010년 사옥 그린팩토리에 있던 네이버 라이브러리를 고쳐 2025년 2월 다시 연 공간이다. 회원 가입도 신분 확인도 없이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대출은 없으며 안에서 읽는다. 네이버가 2007년부터 펴낸 책, 임직원 추천 서가, 옛 라이브러리의 IT·디자인 장서가 함께 있다.💡 평일 09:30~19:30, 주말·공휴일 휴무(2026년 8월 기준). 이 트랙에서 방문이 확실히 보장되는 유일한 실내 공간이라 외국인 동반이면 여기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 31784 저층부 로비1층에 서면 5층까지 트인 아트리움이 위로 열린다. 임직원 출입 게이트는 사원증 대신 얼굴 인식으로 열리는데, 그 장면 자체가 이 건물이 무엇을 시험하는 곳인지 한 줄로 설명해 준다. 업무 층은 초청받은 방문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초청 방문이라면 맞이하는 직원이 앱으로 미리 등록해 QR 출입증을 만들어 준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와 앱 설치가 필요하니 당일 현장에서 서두르지 말고 미리 처리해 두는 편이 낫다.
- 42층 카페 주변: 로봇을 보는 자리2층에는 스타벅스가 있고, 이 층 주변이 로봇 루키가 오가는 모습을 가장 보기 쉬운 자리로 알려져 있다. 다만 루키의 배달은 임직원을 위한 것이라 방문자가 주문해 로봇 배달을 받을 수는 없다. 보는 것과 받는 것은 다르다.💡 동행에게 설명하기 좋은 대목이 여기다. 로봇이 사람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는 이유가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이고, 로봇의 두뇌가 건물 밖 클라우드에 있다는 이야기가 이 장면에서 바로 이어진다.
- 5정자동 카페거리와 탄천탄천을 따라 카페와 식당이 이어진다. 사옥 두 채를 보고 나서 걷기 좋고, 1990년대에 계획도시로 지어진 분당이 지금 어떤 동네가 되었는지를 걸으며 볼 수 있다.
🗺 함께 둘러보기
한국사 시험에서 이 건물이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와 그 뒤의 구조조정·벤처 창업 붐, 1960년대 경공업에서 1970년대 중화학공업으로 이어지는 경제 개발 계획의 흐름은 근·현대 단원의 단골 소재다. 1784는 그 연표의 가장 끝, 아직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칸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