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은사
奉恩寺코엑스 맞은편, 1,200년 도심 사찰
봉은사는 강남 한복판, 코엑스와 무역센터 고층 빌딩을 마주 보고 선 도심 속 산사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절 입구가 나올 만큼 접근이 쉬워, 유리 마천루 사이를 걷다 순식간에 목조 전각과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는 대비가 이곳의 매력이다. 신라 때 창건해 조선 왕실의 원찰로 번성한 1,200년 고찰이면서, 미륵대불과 템플스테이로 오늘도 살아 있는 절이다.
📖 이야기
봉은사의 뿌리는 신라 원성왕 10년(794)에 연회국사가 세운 견성사(見性寺)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성종의 능인 선릉이 이 부근에 조성되자, 1498년(연산군 4) 정현왕후가 왕의 명복을 비는 원찰로 견성사를 크게 중창하며 이름을 봉은사로 바꾸었다. 왕릉을 지키고 제를 올리는 능침사찰로서, 봉은사는 조선 왕실과 깊이 얽힌 절이 되었다.
봉은사가 역사의 무대에 오르는 것은 명종 대(1545~1567)다. 어린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하던 문정왕후는 승려 보우(普雨)를 봉은사 주지로 삼아 억불(抑佛)의 시대에 불교를 되살리려 했다. 1550년 선교 양종이 다시 세워지고 1552년에는 승려를 뽑는 승과(僧科)가 부활했는데, 그 시험장인 승과평(僧科坪)이 바로 지금의 코엑스 일대였다. 이 승과를 통해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끈 서산대사 휴정과 사명대사 유정이 배출되었으니, 봉은사는 조선 불교 중흥의 심장이었다.
봉은사는 조선 예술사에도 한 획을 남겼다. 1856년(철종 7)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쓴 '판전(板殿)' 현판이 이곳에 걸려 있는데, 그의 마지막 글씨로 전한다. 판전은 화엄경 소초 경판을 보관하는 전각이다. 오늘날 봉은사는 1996년 완성한 높이 약 23m의 미륵대불이 도심을 굽어보는 가운데, 템플스테이와 연등축제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맞는다.
✦ 볼거리
- ›대웅전봉은사의 중심 법당으로, 소나무 숲을 등지고 앉은 목조 전각의 단청과 처마가 뒤편 강남 빌딩숲과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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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안에는 1651년(효종 2) 수조각승 승일이 장인들을 이끌고 조성한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 조선 후기 불교 조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2014년 보물로 지정됐다. 앞마당의 3층석탑과 석등을 한 바퀴 돌고, 계단 아래에서 팔작지붕의 처마 선을 올려다보자. 새벽과 저녁 예불 시간이면 독경과 목탁 소리가 마당까지 울려, 여기가 강남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 ›판전과 추사 현판화엄경 경판을 보관하는 전각으로, 추사 김정희가 죽기 사흘 전 쓴 '판전' 현판(절필작)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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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전은 1856년(철종 7)에 세워진,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이다(서울시 유형문화재). 당시 봉은사의 남호 영기 율사가 『화엄경소초』 80권을 직접 붓으로 쓰고 목판에 새겼는데, 그 경판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집이 바로 이 판전이다. 현판 옆에는 '일흔한 살 과천 사람이 병중에 쓰다(七十一果病中作)'라는 낙관이 남아 있다 — 기교를 다 내려놓은 어린아이 글씨 같은 필치를 추사체의 마지막 경지로 꼽는 이들이 많다.
- ›미륵대불1996년 완성한 높이 약 23m의 석조 미륵불 입상으로, 국내 최대급 석불에 속하며 도심을 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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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발원해 약 10년에 걸친 불사 끝에 완성됐다. 불상 앞 광장은 야외 기도 공간이라, 절을 올리는 사람들과 여행자가 한 자리에 섞이는 풍경이 이곳만의 정취다. 남향으로 선 불상 얼굴에 오후 햇살이 드는 시간대가 사진 찍기 가장 좋고, 해가 지면 조명이 켜져 뒤편 빌딩 불빛과 어우러진 전혀 다른 밤 풍경을 보여준다.
- ›도심 스카이라인 뷰·템플스테이경내 곳곳에서 코엑스·무역센터 고층 빌딩과 전각이 한 화면에 담기며, 하룻밤 머무는 템플스테이로 도심 속 산사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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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는 참선·차담·새벽 예불 동참 같은 프로그램으로 꾸려지며,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홈페이지 사전 예약). 5월 부처님오신날 전후에는 경내 가득 연등이 걸려 밤 산책이 특히 아름답다. 숙박까지는 부담스럽다면, 기와지붕 너머로 스카이라인이 걸리는 자리를 찾아 사진 한 장 남기고 수도산 명상길로 이어 걷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충분히 찬다.


🚶 혼자 둘러보기 코스
- 1진여문(眞如門)봉은사의 정문. '진여'는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이라는 뜻으로, 이 문을 지나는 것이 곧 부처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빌딩숲의 소음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잦아드는 게 느껴진다.💡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인다.
- 2법왕루(法王樓)진여문과 대웅전 사이에 선 큰 누각으로, '법의 왕(부처)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다. 누각을 지나면 3층석탑이 서 있는 대웅전 앞마당이 열린다.
- 3대웅전과 앞마당봉은사의 중심 법당. 마당의 석탑과 석등, 단청 처마를 천천히 둘러보자. 법당을 등지고 돌아서면 전각 지붕 너머로 강남 빌딩숲이 걸린다.💡 전통 기와지붕과 초고층 빌딩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대표 사진 포인트.
- 4미륵대불대웅전 뒤편 언덕에 선 높이 약 23m의 석불 입상. 남쪽으로 도심을 굽어보고 서 있어, 불상 앞 추모공원 광장에서 올려다보는 맛이 있다.💡 불상 옆쪽 단에서 보면 미륵대불 너머로 코엑스·무역센터 스카이라인이 겹친다(이 페이지 커버 사진의 각도).
- 5판전(板殿)미륵대불 바로 옆,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서울시 유형문화재). 화엄경 경판을 보관하며, 현판 '판전'은 추사 김정희가 죽기 사흘 전 남긴 마지막 글씨다.💡 현판 옆의 작은 낙관 '칠십일과병중작(七十一果病中作)' — '일흔한 살 과천 사람이 병중에 쓰다'라는 뜻이다.
- 6수도산 명상길경내를 감싼 수도산 자락의 숲길(2021년 개방). 한 바퀴 돌며 전각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으로 산책을 마무리하기 좋다.
🧭 방문 정보
💡 알아두면 좋은 팁
- 경내만 둘러보면 40분~1시간, 명상길까지 더하면 1시간 30분쯤 잡으면 넉넉하다.
- 법당에 들어갈 때는 모자를 벗고 신발은 문 옆에 벗어 둔다. 예불·기도 중인 법당 내부 촬영은 삼가되, 경내 야외는 자유롭게 찍어도 좋다.
- 5월 부처님오신날 전후에는 경내가 연등으로 뒤덮이고, 가을에는 미륵대불 주변 단풍이 좋다. 고요한 봉은사를 원하면 이른 아침에 가자.
- 당일 체험형부터 1박 프로그램까지 템플스테이가 운영된다(외국인 프로그램 포함) —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 함께 둘러보기
봉은사는 명종 대 문정왕후의 후원 아래 보우가 불교 중흥을 이끈 거점으로, 1550년 선교 양종 복립과 1552년 승과 부활이 한능검에 자주 출제된다. 승과 출신 서산대사·사명대사와 함께 조선 전기 불교 정책을 이해하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