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포대와 경포호
鏡浦臺달이 다섯 번 뜬다는 누각, 관동팔경의 첫머리
경포대는 경포호를 내려다보는 누각이고, 경포호는 바다가 모래에 막혀 생긴 석호다. 두 곳은 2013년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라는 한 건의 명승으로 함께 지정되었고, 누각 자체는 2019년 보물이 되었다. 고려 충숙왕 때 세워진 뒤 700년 동안 관동팔경의 첫머리로 불리며 수많은 시가 이 마루에서 지어졌다. 저녁이면 하늘·바다·호수·술잔·마주 앉은 이의 눈동자에 달이 다섯 번 뜬다고 한다.
📖 이야기
창건 연도인 1326년은 고려 충숙왕 13년이다. 왕의 이름 앞에 '충(忠)' 자가 붙어 있는 것이 이 시기를 읽는 열쇠다. 원의 부마국이 된 고려는 왕에게 원에 충성한다는 뜻의 시호를 받았고, 충렬·충선·충숙·충혜로 이어지는 왕들이 그 시대를 채웠다. 누각을 세운 이는 지중추부사 박숙정이었고, 처음 자리는 지금보다 안쪽인 인월사 터였다. 1508년 강릉부사 한급이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지금 자리로 옮겼다고 전한다.
누각에 오르면 마루가 두 단으로 나뉘어 있다. 위쪽은 머름대를, 아래쪽은 계자난간을 둘러 높이를 다르게 잡았는데, 국가유산청이 보물로 지정하며 '유례가 없는 독특한 구성'이라 든 것이 바로 이 짜임이다. 천장 아래로는 편액이 빼곡하다. 정면 현판은 전서체와 해서체 두 벌이 걸려 있고, 안쪽에는 '제일강산(第一江山)' 넉 자와 함께 숙종의 어제시, 조하망의 상량문, 그리고 열 살의 이이가 지었다고 전하는 「경포대부」가 나란히 걸린다. 이 마루는 700년 동안 쌓인 방명록인 셈이다.
✦ 볼거리
- ›두 단으로 짜인 누마루정면 5칸·측면 5칸의 큰 정자. 마루를 위아래 두 단으로 나눠 위는 머름대, 아래는 계자난간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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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은 보통 마루 한 면을 같은 높이로 깐다. 경포대는 안쪽을 한 단 올려 앉는 자리와 서는 자리를 나눴고, 난간의 형식까지 층마다 다르게 썼다. 2019년 보물 지정 사유에 이 구성이 그대로 적혔다. 신을 벗고 올라 두 단의 높이 차이를 발로 느껴 보는 것이 이 건물을 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 ›편액과 기문'제일강산' 편액, 숙종의 어제시, 조하망의 상량문, 그리고 이이가 열 살에 지었다고 전하는 「경포대부」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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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의 '경포대' 현판만 해도 유한지의 전서체와 이익회의 해서체 두 벌이다. 같은 세 글자를 다른 서체로 두 번 걸어 둔 셈인데, 누정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내부 편액은 대부분 한문이라 읽기 어렵지만, 흰 바탕에 검은 넉 자로 크게 쓴 '第一江山'은 글자 모양만으로도 찾아낼 수 있다.
- ›석호 경포호파도가 모래를 쌓아 바다를 막으면서 생긴 자연 호수. 호수와 바다 사이의 모래 언덕이 그대로 경포해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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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는 이런 석호가 줄지어 있다. 다만 경포호는 규모를 자랑할 상태가 아니다. 평균 수심이 과거 2~3m에서 지금은 1m 안팎으로 얕아졌고, 2004년 바닷물이 다시 드나들게 되면서 염분이 올라가는 중이다. 지금 보이는 잔잔한 수면은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변하고 있는 지형이다.
- ›다섯 개의 달하늘의 달,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비친 달, 술잔에 담긴 달, 그리고 마주 앉은 이의 눈동자에 든 달을 함께 본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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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오래 전해 온 표현이라 출처를 하나로 짚기는 어렵다. 다만 지형을 알면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는 분명하다. 누각 앞에 호수가 있고 그 너머 모래 언덕 하나를 건너면 바로 바다다. 물의 면이 두 겹으로 놓인 자리에 달이 뜨면 실제로 달이 여러 개로 보인다.
- ›경포가시연습지1970년대 초를 끝으로 사라졌던 가시연과 수달을 깃대종으로 삼아 복원한 습지. 나룻배로 수로를 건너는 산책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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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남서쪽 끝을 매립 이전 상태에 가깝게 되돌린 구간이다. 가시연은 잎에 가시가 돋은 수생식물로, 물이 얕고 흐름이 느린 곳에서만 자란다. 반세기 만에 다시 잎을 펼쳤다는 사실 자체가 이 습지의 결과 보고서인 셈이다. 호수 둘레길에서 가장 조용한 구간이기도 하다.



🚶 혼자 둘러보기 코스
- 1경포대 누각언덕 위에 앉아 호수를 내려다보는 자리.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 편액부터 본다.💡 마루 출입은 관리 상황에 따라 제한될 수 있어 현장 안내를 확인할 것.
- 2호수 북안 산책로와 홍장암누각에서 내려와 호숫가를 따라 걷는 구간. 물가에 홍장암 바위가 있다.
- 3경포가시연습지호수 안쪽의 복원 습지. 갈대와 연잎 사이로 데크가 이어진다.💡 둘레길에서 사람이 가장 적은 구간이라 새를 보기 좋다.
- 4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호수 남쪽 초당동.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그의 누이 허난설헌을 기리는 문학 공원이다.💡 무료이지만 09:00~18:00에 월요일 휴무로, 경포대와 규칙이 다르다.
- 5경포해변호수와 바다를 가르는 모래 언덕 위의 해변. 호수를 등지고 서면 바로 동해다.💡 호수와 바다가 얼마나 가까운지는 여기 서 봐야 실감이 난다.
- 6안목 커피거리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는 카페 거리. 바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구간이다.
🧭 방문 정보
💡 알아두면 좋은 팁
- 누각과 호수 둘레길은 무료이고 시간 제한이 없다. 해 질 무렵에 맞춰 가면 이름값을 한다.
- 강릉에는 지하철이 없다. KTX 강릉역에서 시내버스나 택시로 이동한다.
- 호수 한 바퀴는 약 5km다. 전부 걷지 않을 생각이라면 누각에서 가시연습지까지만 다녀와도 된다.
-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은 월요일에 닫는다. 월요일 방문이라면 코스에서 빼고 짜는 편이 낫다.
- 벚꽃은 호수 둘레길을 따라 핀다. 4월 초에는 사람이 많으니 이른 아침을 노릴 것.
🗺 함께 둘러보기
경포대가 세워진 1326년은 고려 충숙왕 13년, 곧 원 간섭기다. 왕의 시호 앞에 '충' 자가 붙는 충렬·충선·충숙·충혜왕 대가 부마국 체제의 표시였다. 관동팔경을 노래한 「관동별곡」이 둘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하다. 안축의 「관동별곡」은 1330년에 지은 경기체가이고, 정철의 「관동별곡」은 1580년에 지은 가사다. 제목은 같지만 갈래가 다르고 250년이 떨어져 있다.